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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알찬 내나라/제주도

[제주한달살기] 혼자서 보내는 생일 - 비자림과 평대앓이

by 딸기 먹는 몽룡이 2020. 5. 24.

제주에서 혼자 생일을 보내는 방법 - 나가즈아!

 

 

요즘은 이 제도가 없어졌지만(애초에 왜 있었는지 의문... 음력이 그렇게 중요했나? 심지어 음력 생일은 1월...), 

나는 생일이 빨라 학교를 일찍 들어갔다. 

 

외우기 너무 쉬운 날, 2월 22일에 태어났고, 

그래서 3, 4월 생인 동급생 친구들과 비교했을 때 일 년이나(?) 이르게 학교를 다녔다. 

 

여전히 친하게 지내는 초등 동창 그룹 중에도 3월에 태어난 친구가 있는데,

가끔 "언니야~"라며 애교를 부리기도 한다. 

 

그 그룹에서 혼자 미혼이기도 하고,

짓궂은 장난도 많이 쳐서 "으이구 동생아, 막내야"라는 소리도 자주 듣는다. 

 

올 1월 15일부터 3월 31일까지 제주에 있었던 나는,

혼자서 생일을 보냈었다. 

 

2016년 생일을 맞아 혼자 스페인 여행을 했던 때에 이어 두 번째로 혼자 맞는 생일.

 

물론 같은 숙소에 있었던 친구가 너무 고맙게도 미역국을 끓여줘서

황송한 아침 식사를 했었지만, 

생일 외출은 혼자서 했었다. 

 

목표는 비자림과 점심.

 

그 당시 세화에서 지내고 있었고

비자림은 버스로 갈 수 있는 가장 쉬운 곳 중 하나였다. 

 

해녀박물관에서 260번 버스를 타고 20분을 가면 비자림 입구.

입장료 3000원. 

이용시간 9시부터 저녁 6시(겨울에는 5시)

 

코로나 초기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의외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이런 자연 속에서라도 마스크 없이 좋은 공기 마셔야지... 싶어서

비자림 속으로 들어가자마자 마스크를 벗었다. 

 

기분 탓인지 공기가 유난히 맑게 느껴졌었다. 

 

비자림에는 500~800년 된 비자나무들이 자생하는 곳을 산책코스로 만들어두었고, 

벼락 맞은 나무나 뿌리가 다른 나무의 줄기가 이어져 한 나무로 자라는 연리목도 있었다. 

 

 

비자림 안으로 들어가면,

A코스와 B코스가 나뉘어 있다. 

 

어떤 길로 가도 1~2시간이면 입구로 돌아올 수 있고 연리목 등을 보는 코스 등도 겹치지만,

B코스는 돌멩이 길이 포함되어 있어 아이들이 걷기에는 좋지 않다.

 

그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유명 화장품 광고에서 나왔던 제주 '화산송이'가 깔린 평지로 산책하는 길이 조성되어 있어서

요즘 잘하는 '뒷짐지기' 자세로 천천히 걸었다.  

 

 

무료 문화해설도 매시간 진행되고 있지만, 

점심시간에 도착하여 해설을 들을 수는 없었다. 

 

갤러리나 박물관, 넓은 공원, 궁궐 등을 가면 해설을 꼭 들으려고 하는 편인데 아쉬웠다. 

 

 

걸으면서 들은 노래

 

1. 낭만닥터 김사부 OST 백현의 "너를 사랑하고 있어"

2. 수지의 "Holiday"

3. 디오의 "괜찮아도 괜찮아"

4. 아리아나 그란데의 "7rings"

5. 펀치의 "Done For Me"

6. 첸백시의 "누가봐도 우린"

7. 일레인의 "Moon Rabbit"

8. 잭 존슨의 "We're Going To Be Friends"

9. 백현의 "Betcha"

10. 아이유의 "Red Queen"

 

그 당시 내 최애 곡들......

뮤직 리스트를 자주 바꾸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저 노래들을 제일 많이 듣는다. 

완전 강추 곡들!

 

 

커피를 잔뜩 마시고 들어가 선지 걷는 도중 화장실이 가고 싶었지만, 

화장실은 입구에만..... 마지막에는 초조해서 뒷짐을 풀었다. 

 

 

피톤치드~

정말 맑은 공기를 느낄 수 있다.

기분 탓인가.....

 

 

한 시간 반 가량 비자림에서 휴식을(늘 쉬고 있었지만 또 휴식) 보내고

다시 260번 버스를 타고 평대 앓이로 갔다. 

 

점심을 어디서 먹을지 후보군만 생각해뒀기 때문에 버스에 타서 폭풍 검색했다. 

 

사람이 적으면서

조용하고

분위기가 좋을 것!

 

이 목표를 가지고 후보군을 서치 해 본 결과

평대 앓이가 교통편도 제일 편했고,

조용할 것 같아서 선택!

 

버스에서 내려서 평대 앓이로 가려는데 

무사처럼 파를 등에 꽂고 지나가시던 분...

와.. 머시써...

 

 

 

평대 앓이의 주메뉴

딱새우 사시미 : 28000원

수비드 제주 흑돼지 안심스테이크 : 18000원

바당 파스타 : 18000원

앓이 덮밥 : 16000원

 

 

수비드 제주흑돼지 안심 스테이크와바당 파스타 중에서 고민을 하다가

스테이크로 결정!

 

수비드 : 수비드(프랑스어: sous vide)는 밀폐된 비닐봉지에 담긴 음식물을 미지근한 물속에 오랫동안 데우는 조리법이다. 정확한 물의 온도를 유지한 채 많게는 72시간 동안 음식물을 데운다. 물의 온도는 재료에 따라 다르다. 고기류에 쓰이는 물은 55°C에서 60°C까지 데우며 채소는 그보다 더 높은 온도로 데운다. 수비드는 음식물의 겉과 속이 골고루 가열하는 목적과 음식물의 수분을 유지하는 목적이 있다. (출처 : 위키백과)

 

치미추리(Chimichurri Sauce) : 아르헨티나의 스테이크 위에 얹는 대표적인 소스. 아르헨티나의 초원지대의 팜파스 지방의 원주민 가우초들이 자주 해 먹는 대표적인 요리로 초원 위에 불을 피우고 소를 통째로 잡아 바비큐를 해서 먹는데, 이때 각종 향신료를 섞어 만든 치미추리 소스를 곁들인다. 재료는 다진 마늘, 이탈리안 파슬리, 오레가노, 파프리카 가루, 커민 가루, 올리브 오일, 발사믹 식초, 핫소스, 소금, 후춧가루 등을 섞어서 만든다. 소스가 남으면 다음날 고기 재우는 데도 사용한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평대 앓이는 힙한 카페들처럼 예쁜 소품도 많았고, 포토존도 만들어두었다.

손님이 나밖에 없어서 편안하게 여기저기 촬영.

 

 

너무 맛있는 보들보들 따땃~한 식전 빵. 

독일식의 딱딱한 빵을 정말 싫어하는데, 여기는 보들보들 촉촉해서 너무 맛있었다.

 

 

이것이 그 이름도 어려운 수비드 안심 스테이크!

 

 

아보카도를 잘 섞어서 구운 마늘과 함께 곁들여 먹으면 너무 맛있다. 

 

 

이렇게 건강한 한 끼를 마무리하고 집 쪽으로 설렁설렁 걸어 돌아가기.

 

 

그렇게 걷고 있는데 2층 난간에 강아지 5마리 정도(사진에는 세 마리지만 나중에 더 나왔다... 저런 곳에 강아지를 저렇게 많이 키우는 거 학대 아닌가요ㅠㅠ)가 일제히 나와서 엄청 짖어댔다 ㅋㅋㅋㅋㅋ

경계하지 마 ㅎㅎㅎ

 

 

나이가 들 수록 생일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게 된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안 하기에는 섭섭하고...

 

그래서 (이 당시 잠깐 빠졌던 제주슬럼프/권태기를 극복하고) 무작정 나갔었다. 

 

역시.... 바람을 쐬면 기분이 달라진다.

 

아무리 내가 집순이여도 매일 잠깐씩이라도 밖으로 나가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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