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레라 섬의 유일한 카페 "Tea Garden" 찾아가기
영국에는 Oban이라는 작은 해변가 도시가 있고(제일 맛있는 피시 앤 칩스를 먹은 곳),
이 곳에서 페리를 타고 들어가면 인구 40명(오타 아님 주의) 가량의 작은 섬, Kerrera에 도착할 수 있다.
오반은 런던이나 에든버러에서도 가깝지 않고,
페리 역시 대략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운행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오전에 잠깐 산책을 하러 오는 스코틀랜드 주민들이거나,
지질을 연구하는 학생 또는 학자들이 대부분이다.
이 섬에는 Tea Garden이라는 티하우스? 카페? 가 딱 하나 존재하고,
대부분의 방문객들은 이 곳에서 잠깐의 휴식과 점심을 해결한다.
그곳은 방문객이 많은 4~10월까지만 오픈을 하고,
나머지 기간은 주인장의 여행으로 폐쇄된다.
겨울 기간에는 따뜻한 동남아에서 보내는 젊은 커플이 주인장.
여름 기간에 함께 카페를 운영할 사람을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지원해서
3주간 이 섬에서
주인장 커플 + 깨발랄 사랑스러운 25살의 미국 친구와 함께 지냈다.
숙식 제공 무급 알바...(?)
엄청난 짐을 이고지고
버스를 타고, 택시를 타고, 페리를 타고, 다시 짐을 근처에 맡긴 채
1시간을 걸어서 Tea Garden으로 걸어갔던 6월의 어느 날.
덥고 설레고 행복하면서도 힘들었던 (억지) 산책의 추억.
Tea Garden 가는 길.
양들도 그늘 아래서 쉬는 쨍한 오후.
바다를 따라 열심히 걸으면.
잘 오고 있어..
Hello....라고 말 거는 Tea Garden 식 이정표의 시작.
찾고 있는게 TEA야???
난 힘들면 하늘을 봐...
바다도 봐...
개뿔.....
그래도, 여전히, 힘들다....
Tea for Two!
너무 좋아했던 동방신기의 일본 노래가 떠올랐던 순간.
https://www.youtube.com/watch?v=KSSNnJw6dG0
반 정도 왔어! 힘내!!
이때 이미 땀 뻘뻘... 좀비모드....
따뜻한... 차만... 파는 건 아니지???
거의 다 왔어.
곧 케이크 먹을 수 있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지만 제발 끝나기를 간절히 바라며 걷고 또 걷기.
이제 내리막 길이야...
저... 집인가?? 제발제발...
드디어... 보인다.....
오픈이래 흑흑...
위험한데 타고 싶음 알아서 해 ㅋㅋㅋ
앉아 있으면 주문받으러 갈게.
여긴 들어가지 마시오.
그리고 오후 4시 반에 마감한 카페를 얼른 닫고,
다 함께 근처 바다로 왔었다.
주인장 부부와 미국인 친구는 다이빙에 빠졌고,
나는 바다 보며 (깨끗해 보이지는 않지만 시원한 바닷물에) 발 살짝 담근 채,
독서 모드.
어렸을 때 나의 꿈은,
북카페 주인장으로 잘생긴 알바생을 쓰며 카페 한켠에서 책을 읽은 삶을 사는 것이었다.
요즘은 게을러져서 책을 잘 읽지도 않지만,
회전율이 좋지 않은 북카페를 차려서 알바생 부리며 놀며 먹으려면
최소한 건물주여야 한다는 사실도 아는
때탄 어른이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외진 작은 섬의 카페로 간 것은
나의 (이번 생에는 실현 불가한) 로망을 200% 채워줬었다.
비 오는 더운 여름에도
땀 뻘뻘 흘리며 걸어와서 야외 정원에 앉아
후드 쓰고 비 맞으며 뜨거운 티를 마시는 영국인들을 몰래 보면서
참 이상한 사람들이야....
하고 웃었던 기억들.
5시면 끊기는 페리 덕분에 필수로 구비하게 된 주인장의 보트를 타고
안개 낀 고요한 바다를 헤치고 뭍으로 갔던 기억들.
아침에는 함께 스콘을 굽고,
늦은 점심에는 건강한 음식과 아이스크림을 먹고,
저녁에는 식탁에서 게임을 하거나
소파에 누워 왕좌의 게임을 실시간으로 함께 봤던
소소한 추억들.
3주가 다 되고
더 있다 가라고 달콤하게 유혹해서
아주 힘들게 떠나야 했던
미련이 남는 곳.
처음 갈 때의 설렘보다
떠날 때의 아쉬움이 20000% 컸던 곳이었다.
언젠가 스코틀랜드를 간다면 꼭 다시 가고 싶은 곳.
섬 전체에 내 추억이 담긴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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