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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넓으니 떠돌아다녀야 하지 않나?/덴마크

스반홀름(Svanholm), 덴마크의 경제 공동체 방문기

by 딸기 먹는 몽룡이 2020. 6. 11.

한 달 동안 지냈던 덴마크의 내 집, 스반홀름(Svanholm) 

https://svanholm.dk/

 

Svanholm: Forside

YES - vores projekt blev udvalgt :-) Tak for støtten - vi arbejder videre på at skabe et samlingspunkt for bæredygtighed Vi søger Realdanias pulje “Underværker”, så vi kan realisere drømmen om at skabe et bæredygtigt samlingspunkt på Svanholm.

svanholm.dk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인 덴마트에서 한 달간 지냈던 경제공동체, 스반홀름. 

Our basis is formed by common ideals concerning ecology, income sharing, communal living, and finally, Self Government. 

코펜하겐에서 60km쯤 떨어진 Skibby라는 작은 마을 근처에 있다.

 

이 곳에 가기 위해 공항에서 기차를 타고

다시 버스로 갈아타고 

버스 정류장에서 공동체원에게 픽업을 받아서 도착했었다. 

 

 

  • 더불어 사는 스반홀름

스반홀름공동체는 1978년 대안적인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살기 시작해 지금은 대략 100여 명의 성인과 어린이가 함께 하고 있다.

 

유기농이란 단어조차 없었던 시기에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태양광과 풍력발전으로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여 소비하며, 소득을 공유하는 공동 경제망에 기반한 자급자족 등 지속 가능한 삶을 실험하고 구현하고 있다.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든 공동체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더 나은 삶, 더 생태적이고 평화로운 삶의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예를 들면 자동차 없이 살아갈 날을 꿈꾼다던가, 더 생태적인 목축·농업을 실험해나간다던가 하는 식으로 끊임없이 발전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 

 

약 400ha에 이르는 대규모 농장과 축사, 마을 공동식당 운영 등 공동체의 토대가 되는 일은 주민들이 각각 맡아서 한다. 마을 입구 카페와 채소가게에서는 이곳에서 생산된 우유와 유기농 채소 등을 외부에 판매한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이 공동체와 관련 없는 개인의 일을 하고 있다. 공동체 안에는 교수, 의사, 교사 등이 있고 그들은 개인 수입의 80%를 공동체에 지불한다. 이 돈은 의식주 등 구성원의 생활비와 마을 운영 비용으로 쓰인다. 개인 수입액에 관계없이 공동체 안에서의 경제적 조건은 모두 같은 셈이다. 

 

공동체의 중요한 의사 결정은 매달 마지막 주 화요일 저녁에 열리는 정기모임에서 이뤄진다. 안건은 만장일치 방식으로 결정한다.

 

공동체가 오래된 만큼 이를 유지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그것 중 하나가 까다로운 조건을 통해 새로운 입주민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공동체와 새 입주민 양쪽 모두 꼼꼼히 6개월 이상 살펴보고 입주 여부가 결정된다.

 

새로 입주할 때는 전 재산을 공동체에 맡기지만, 떠날 때에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큰 부담 없이 다른 삶을 계획할 수 있다. 

 

개인 생활을 위한 주거공간은 자녀의 수와 건강 등 개인의 여건을 고려해 그 크기가 결정된다. 공동체 내부의 방 한 칸을 지정받을 수도 있고, 공동체 외부의 작은 집을 받을 수도 있으며 이 모든 것은 공동체와 당사자가 함께 결정하게 된다. 

 

아침과 점심은 가정이나 직장에서 각자 해결하지만 필요 물품은 공동체의 공동 창고에서 자율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 공동 창고에는 공동체에서 직접 재배한 야채와 곡식, 고기, 유제품 등이 있다. 

 

각자의 일터에서 돌아오면 공동체에서 준비한 저녁 식사를 공동식당에서 함께하기 때문에, 저녁에 있는 생활이 가능하다.

 

나는 무엇보다 이것이 가장 보기 좋았다. 요즘은 맞벌이 가정이 많은데, 부모가 혹시 급한 일이 있어 바로 퇴근하지 못하더라도 공동체 내에서 아이들이 보호되고 함께 식사를 하며 소외되지 않도록 서로를 챙긴다. 공동 육아와 유사한 개념이어서 공동체 내부의 아이들이 연령에 맞게 모여 함께 놀이학습을 하거나 체험학습, 생활을 하게 되고 이때 통솔하는 선생님이 있어 위험하지 않다. 

 

또한 저녁을 준비하는 팀이 있기 때문에 개별로 식사 준비를 하는 것에 비해 에너지 낭비도 줄이고, 건강한 식단을 유지할 수 있다. 저녁 식사 후 설거지 및 청소는 자율적으로 당번을 정하게 된다. 

 

 

  • 스반홀름의 공용 공간

스반홀름은 거대한 부지에 주거공간, 작업공간, 창고, 농장 등이 있다. 개인 주거 공간을 제외한 모든 곳은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으며 자율적으로 이용하게 된다. 

 

하지만 부지가 넓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와 보수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팀이 구성되어 있다. 내가 있던 한 달 동안 나는 이 팀에 들어가게 되었고, 건물 내부 페인트칠이나 정원의 잡초 제거, 분리수거 창고의 재구성 등의 일을 했었다. 

 

 

  • 내가 쓰던 방

나는 처음 배정받은 방에서 일주일간 지내다가 와이파이가 되는 방으로 이동하여 삼 주일을 지냈었다. 

 

자원봉사자들이 지내는 건물이 따로 있으며, 대부분의 경우에는 개인방을 배정받는다. 

 

나는 두 방을 모두 엄청 좋아했었기 때문에 수시로 가구의 배치를 바꾸거나 소품을 달리 둔다거나 하는 등으로 방을 꾸미며 지냈었다.

 

특히 내 방에서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는 것을 좋아했었고, 그렇게 있다가 다른 봉사자들이 들어오는 모습이 보이면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반겨주기도 했었다. 

 

 

  • 스반홀름의 자원봉사자들

스반홀름은 3개월 이하로 지낼 자원봉사자(Guest)를 받고 있으며, 이들은 공동체원과 함께 하루 6시간 일을 하고 숙식을 무료로 제공받는다.

 

원래는 주 5일 일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공동체원 또는 팀원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면 더 쉴 수도 있다. 나는 오르후스로 갈 때 추가적으로 이틀의 휴가를 더 받았었다. 

 

내가 들어갔을 때 있었던 유럽 친구들은 모두 농장 일을 하는 팀에 있었고, 일본인 친구는 요리 부서에 배정받았다.

 

우리는 모두 출, 퇴근 시간이 달랐기 때문에 각자 간단히 아침과 점심을 먹고 저녁 시간에만 모여서 수다를 떨었다.

 

나는 초반에는 공동 식당에서 공동체원 모두와 함께 식사를 했었고, 마지막 2주는 공용 식당에서 저녁을 받아서 자원봉사자 건물의 공용 식당에서 우리들끼리 식사를 했었다. 굉장히 자유로운 분위기의 공동체이기 때문에 타인에게 큰 해를 입히지 않는 한 내가 원하는 대로 생활할 수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나이도, 국적도, 공동체에 온 목적도 달랐기 때문에 대화하는 것이 힘들기도 즐겁기도 했었다. 

 

특히 덴마크 남자애와는 둘이서 오래 대화하다가 감정이 상한 적이 있기도 했었다.

 

주제는 두 가지였는데

1. 왜 한국은 일본과의 과거사를 아직도 잊지 못하는가

2. 성실하지 않은 삶을 사는 사람을 왜 국가가 도와줘야 하는가

이를 두고 대화를 하다가 너무 다른 서로에 잠깐 울컥하기도 했었다. 

 

1.

나는 과거에 잘못한 것이 있다면 스스로 그것을 밝히고 피해자가 인정할 때까지 사과하고 적합한 배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VS

그는 지나간 일은 잊고 미래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 끝까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함.

 

2.

나는 모든 사람의 성향, 환경, 신체 또는 지능 조건 등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인정해야 하고 어떤 사람도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기본 조건은 충족된 상황에서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VS

그는 그렇게 국가가 나서서 도와주기 때문에 일부는 성실하지 않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 개인의 생각과 국가의 복지 정책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더 이해하기 어려워했음.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전달하면 되는 문제였지만, 일본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울컥해서 감정이 상했고, 나중에는 더 이상 그와 얘기하고 싶지 않아서 간단한 인사를 제외하고는 피하게 됐었다. 감정 조절에 실패... 

 

 

  • 외출하는 길

스반홀름에서 어딘가를 가기 위해 버스를 타려면 꽤 많이 걸어야 했다. 가끔은 공동체의 누군가에게 부탁을 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걸어서 갔었고, 혼자서 밤늦게 돌아오는 경우에는 극한의 공포체험을 하게 되었다. 이 곳 역시 덴마크의 한적한 시골 동네이기 때문에 밤만 되면 불빛도 가로등도 거의 없었고, 늘 조용하고, 으슥하기 때문에 '해가 지기 전에 돌아가야지....' 결심하고 나가서는 매번 덜덜 떨며 어두운 길을 걸어 돌아왔었다. 

 

 

스반홀름에 있었던 기간은 딱 한 달. 

 

처음 갈 때는 꽤 길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지내다 보니 시간 순삭은 당연했고, 

떠나는 날에는 아쉬움과 후회만 가득했었다. 

 

공동체를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니며 떨어져 있는 호두를 주워 깨 먹던 기억,

누군가의 집에 초대되어 갓 한 애플파이를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먹었던 기억,

공동체 작업복을 입고 여기저기 하얀 페인트를 잔뜩 묻히고는 점심을 먹었던 기억....

 

좋았던 기억이 한가득인데도 부족한 느낌이었다. 

 

언젠가 다시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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