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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알찬 내나라/제주도

[제주살롱] 내꺼하고 싶은 북카페+독립서점 in 제주

by 딸기 먹는 몽룡이 2020. 4. 22.

제주 한 달 살기를 계획하면서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이 내가 만들고 싶은 공간을 찾는 것이었다.

독립서점을 준비할 경제적 여력은 안되지만, 먼 꿈으로 생각하고 물러서 있고 싶지는 않았다.

돌이켜보면 계획만큼 많은 곳을 가지는 못했지만, 내 공간으로 상상했을 때 기분 좋은 곳을 많이 갔었다. 행복하게도. 

제주살롱은 그러한 곳 중 하나, 북카페이자 서점이자 게스트하우스.

언젠가 한번 북스테이를 하러 가봐야지, 생각했던 곳이다. 

 

송당마을, 버스 정류장에서 예쁜 길을 따라 걸으면 보인다 제주살롱이.

송당마을은 그 시기에 지내고 있던 세화리에서 버스 타고 20분 정도?

교통편이 좋기도 하고, 가까워서 여러번 방문한 곳이다. 

 

해녀박물관에서 260번을 타고 20분 정도 이동 후 송당 로터리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작고 아기자기한 동네가 있고, 

거기에서 5분 정도 설렁설렁 걸으면 제주 살롱에 갈 수 있다. 

 

제주 동쪽의 작은 마을인 송당마을은, 내가 종달리 다음으로 좋아했던 동네로,

아기자기한 카페, 레스토랑, 소품샵이 있고, 나즈막한 당오름도 도보로 갈 수 있어

뚜벅이들이 하루를 여유롭게 보내기에도 좋다.  

 

유명한 풍림다방이 근처에 있었지만, 대기 시간이 많은 곳은 가고 싶지도 않았고,

코로나 때문에 괜한 위험을 하고 싶지 않아 포기, 조금 아쉽긴 하다. 

근데 제주도야 머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곳이니까!

 

주인냥이들이 먼저 반겨주는 제주살롱. 반가워 얘들앙!

골목을 따라 30초쯤 걷다가 코너를 돌면 보이는 입구와 냥이들. 

나른나른 열매 먹고 햇살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한참을 앉아서 구경했다. 

너무 편해보이셔서 감히 만지지는 못하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보이는 군침유발자들. 

육중한 문을 슬쩍 밀어 들어가면 바로 보이는 카운터에 주인장이 직접 굽는 빵과 쿠키, 비스킷(스콘?)이 있다.

매일 메뉴가 다른 것은 아니고 너댓가지를 돌려가며 구우신다고 하셨다. 

다 먹고 싶었지만, 점심 먹은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비스킷을 시키고 오른쪽에 있는 서점 구경. 

 

카운터에서 오른쪽으로 돌아보면 보이는 서점 공간.

동네서점에서만 찾을 수 있는 에디션도 있었고, 추천 도서도 주인장 취향에 따라 선정되어 있어 보였다.

내가 독립서점을 하게 된다면 어떤 책들을 소개하고 싶을까? 이런 생각도 하게 되었던 시간.  

 

저자 사인본도 여러권

 저자가 직접 사인한 책들도 여러권 있어선지 뭔가 묘한 느낌이 들었다. 

더 이상 책을 쓴다는 것이 아주 특별한 몇몇에게 국한된 일이 아니어선지 저자와 독자라기보다는 

친구의 친구의 친구쯤을 만난 느낌?

 

북카페 공간, 신발 벗고 편안하게 앉아서 책 읽을 수 있는 공간과 공용 테이블 공간이 함께 있다.
담요 들고와 책 읽기 시작

서점 공간에서 책을 사서 읽어도 되지만 이미 짐이 너무 많아진 나는 북카페 공간에 있는 책 한 권을 골라 앉았다. 

소심한 책방(독립서점-효리님과 상순님이 들르신)과 수상한 소금밭(게스트하우스)의 지기들이 쓴 책.

공감되는 부분도 많고 따뜻해지는 책이어서 천천히 읽었다.

 

너무 맛있는 비스킷과 시원한 청귤 에이드도, 편한 자리도, 조용한 음악도 좋았던 시간. 

홈메이드 비스킷과 잼은 내 로망이기도 하다. 

먼가 게으른걸, '베이킹 시작하면 살쪄 안돼!'하고 핑계 대며 변명하는 중이라고 생각하지만 ㅋㅋㅋ

 

영국에 있을 때는 스콘도 자주 만들고, 딸기잼도 자주 만들어 먹었는데... 

한국에서는 좀처럼 그렇게 부지런해지지 않는다. 환경탓이겠지?

한국은 모든 게 너무 편안하고 안락하고 편리하다. 

나의 게으름을 부추긴달까? 

 

북스테이 하게 되면 너무 멋진 조식도 이 공간의 공용 테이블에서 할 수 있다. 

인스타를 통해 봤을 때는 너무너무너무 탐나던데.... 

꼭 조만간 북스테이 하러 가야겠다는 결심이 불끈불끈 들었다.

 

이제 제주는.. 머랄까... 욕심내서 돌아다니고 싶은 관광지라기보다는

편안히 쉬며 게을러지고 싶은(머 어디든 나의 게으름 수치는 200%지만) 곳이 되어 버린 느낌이다. 

음.. 제주가 익숙해져서가 아니라, 내가 나이들어선가 ㅎㅎ

유럽을 떠돌던 20대 중반~30대 초반까지는 새벽같이 일어나서 별 보며 숙소로 돌아가는 여행을 하며 너무 행복했는데..

막차 시간을 보며 늘 아쉬워했었지... 그 체력 어디 간 거니...?

 

여하튼 편안한 음악 들으며, 조용히 몇 시간을 보냈다. 힐링힐링.

중간에 게스트하우스 손님분이 오셔서 주인장님과 오랜 수다를 떨었지만(솔직히 목소리 너무 크셨지만..ㅜㅜ), 

주인장님은 조용한 북카페보다는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으신 듯하여

그 시간 동안 앉아있던 곳 옆에 있는 그림책을 보며 조용해지기를 기다렸다.

책 흐름이 끊겨선지 그만 가자 싶은 생각이 들어 곧 나왔지만 ㅎㅎㅎ  

 

 

나가는 길에 보면 주인장이 직접 만든 문구류도 보인다. 

반가운 테이프, 고급진 스피커, 그리고 메이드 바이 주인장 문구류

북스테이와 북카페, 동네서점까지.

너무 나의 로망을 때려 박은 이 공간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며, 달달한 꿈을 꾸기도 했다. 

물론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꿈이지만... 

그래도 여유롭게 오후를 보내는 데에는 성공. 

이 곳에서 빵 굽고, 문구 제작하고, 추천 도서 선정하고, 저자 초청해서 북콘서트 진행하는 상상을 하며 행복했으니까 그걸로 충분한 것 같다 당분간은. ㅎㅎㅎ

 

주인장님 알바생 구하시면 연락 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론, 홈메이드 빵을 드시면서 편안하게 책 읽을 수 있는 제주 동쪽 작은 북카페. 코로나로 인해 손님이 적어서 조용했지만 평소에는 어떨지 모르겠어요 ㅎㅎ 하지만 송당마을에 가시면 잠시라도 들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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