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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알찬 내나라/제주도

[제주게하 달에물들다] 모래놀이치료를 통해 나를 돌아본 시간

by 딸기 먹는 몽룡이 2020. 5. 19.

월정리 게스트하우스 '달에 물들다'

 

이름도 예쁜 월정리라는 작은 마을은,

길게 지내지는 않았지만 참 오래 기억에 남는 곳이다. 

 

그 이유는 

이 곳에서 참 좋은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

 

한 달을 보낸 남원에서도,

한 달 반을 보낸 세화에서도,

인복이 많다 보니 감사하게도 좋은 사람들과 멋진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단 4박 5일 지냈던 이 곳 월정리에서도

너무 많은 기억과 인연이 있었다. 

아련....

 

 

월정리는, 

친구와 여행하다 먼저 보내고 갈 곳이었기에

여자 혼자 있기 불편하지 않은 숙소로 고르려고 노력했었다. 

 

그래서 북적북적한 도미토리가 없으면서,

책이 많은 곳을 검색했었고,

특별한 심리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기에 큰 고민 없이 이곳을 예약했었다. 

 

 

방에는 사각사각 소리 나는 깨끗하고 향기로운 이불이 있는 편안한 침대와 가습기가 있었다. 

평화로운 내 공간.

 

 

책상에 내 다이어리와 숙소 책장에 꽂혀있던 책들을 가지고 와 놓았고, 

이 책상에서 매일 저녁 일기도 쓰고,

엽서도 쓰고... 

그렇게 보냈었다. 

 

 

달물은 조식도 포함하고 있었는데, 

유부초밥과 간장계란밥, 샌드위치가 번갈아 나오는 형태였다. 

 

 

이 공용공간에서 저녁에 혼자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금방 친해진 친구들과 야식을 먹기도 했었다. 

 

언제나 아이유 음악이 잔잔하게 흐르는 공간이었고,

달물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었다. 

 

 

무엇보다 이곳은 힐링스테이가 가능한 곳.

유료로 진행하는 수지 에니어그램과 무료로 진행하는 모래놀이상담을 신청할 수 있다. 

 

장소는 숙소 2층. 

아주 아주 멋진 월정리 바다가 보이는 곳이었다. 

 

 

나는 그 중 무료로 신청 가능한 모래놀이상담을 했었고, 

주인장님과 마주 앉아 내가 상담받고자 하는 주제로 두 시간가량 대화를 나누었다. 

 

사실... 친한 사람에게 꺼내놓기 어려운 얘기들은 

의외로 모르는 사람들에게 말하기가 더 쉬운 것 같다. 

 

그래서인지 누군가에게 한 적 없는 얘기가 막 나왔고...

마지막에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보라는 얘기에 괜히 울컥했었다. 

 

늘 그렇듯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남들 다 어려운 일들 겪으면서 사는데 왜 유난떨어~ 강해지자!"라고 말하자

주인장님이 다시 말해보자고...

누구나 어렵게 살지만 모든 사람은 서로를 위로하고 인정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진짜 하고 싶은 말을 해주라고...

그래서 눈물 찔끔... 

 

나이가 들면서 더 무뎌지고 강해질 것 같았는데,

내 안의 작은 아이는 여전히 두려워하고 상처받고 소심한가 보다. 

 

그렇게 모래놀이치료를 하고 숙소 다른 방에 있는 친구들과 만나서 얘기하는데 

뭔가 후련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나를 사랑하고 인정하지 않으면 누가 온전히 그럴 수 있을까...

늘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누구보다 먼저 나를 비난하고 평가하는게 나 자신인 것 같다. 

 

 

월정리의 숙소 달에 물들다에 지내면서

 

좋은 인연도 만나고, 

내 스스로를 위로해보기도 하고,

편안한 내 공간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기도 했었다.

 

제주에 간다면 꼭 다시 방문할 곳. 

내가 미워지면 생각날 곳. 

 

좋은 곳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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