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오름과 책약방, 작은 마을 종달리에서 노는 방법
제주 한달 살기를 계획하면서 제일 먼저 생각했던 것이 오름 투어였다.
오름을 오르면서 생각도 정리하고
떨어진 체력 보충 겸 운동도 하고
멋진 광경도 보고....
하지만 뚜벅이다 보니 여러 한계점이 있기도 했고,
또 오래 제주에 있다 보니 게으름신이 오셔서 생각보다 많이 가지는 못했다.
대략 10개 정도??
친구들과 함께 가기도 했고,
혼자 간 적도 여러번인데,
그중 알오름은 갔던 오름 중에 가장 시간이 많이 걸렸다.
내가 제대로 조사를 해 보지 않은 것인지, 길을 잘 못 들어선 것인지 생각보다 루트가 길어져서
대략 30분 걸린다는 블로그 글을 봤지만 나는 1시간 반 가량 걸렸다.
올라가는 길이 힘들다거나 위험한 것은 아니었지만
오르는 길에 어찌 된 일인지 한 사람도 만나지 못해서
조금 무섭기도 했었다.
이제까지 간 오름들은 친구 둘과 함께 간 당오름을 제외하면
늘 사람들이 북적여서 무섭지 않았는데...
무슨 일이야 ㅎㅎㅎ
하지만 올라가는 중간중간 보여주는 멋진 자연과
정상에서 볼 수 있는 바다, 우도, 성산일출봉 등이 너무 멋져서,
그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이 맛에 등산(아니 등산이라기엔 동네 동산 마실 수준이지만 ㅋㅋㅋㅋ)하는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카카오 맵 맹신자이니 가라는 대로 갔다.
예쁘고 조용한 동네를 걸어 알오름으로 가는 길(이 아닌가.. 아직도 혼란스러움ㅋㅋㅋㅋ).
올레길 1코스에 포함되는 길이어서 가는 길마다 요런 올레길 표시가 있다.
이 표시만 보면 그렇게나 반갑고 안심되고.... 바로 맵을 끌 수 있다.
무 밭인지 유채꽃 밭인 지 또 다른 밭였는지 모르겠지만
예쁜 색감의 밭.... 그리고 그 뒤로 보이는.... 알... 오름?? (모름ㅋㅋㅋㅋㅋㅋㅋㅋ)
마을이다 보니 걷다보면 이렇게 한가히 누워있는 소와 강아지들을 많이 만난다.
그리고 정상에서 볼 수 있는 성산일출봉.
나는 분명 알오름을 간 것이고,
정상에 도착했는데,
너는 왜 나에게 저리로 가야 알오름이라고 알려주는 거니....
이때부터 대 혼란......
그리고 진짜 알오름 정상에서 볼 수 있는 성산일출봉과 우도.
힘들었는지 사진이 삐뚜름... ㅋㅋㅋㅋㅋ
그렇게 사람 하나 만날 수 없었던 긴 산행(?)을 끝내고,
동네로 내려갔다.
바람이 워낙 많이 불어서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ㅋㅋㅋㅋ
다시 나의 집 세화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려면,
종달리 유일한 버스 정류장, 종달초등학교로 가야 하고,
그 길에는 이렇게 귀여운 자그미 그림책방이 있다.
이름은 종달리 책약방.
이 곳은 주인분이 상주하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손님들이 자율적으로 서로를 배려해가며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 안에는 어린 친구들 뿐 아니라 성인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아주 좋은 그림책이 잔뜩 있다.
그림책에 익숙하지 않은 나였지만,
버스 한 대 그냥 보내며 열심히 그림책 구경 ㅎㅎㅎ
그리고 돌아와서 먹은 점심ㅋㅋㅋㅋ
같이 살았던 친구들이 점심을 먹고 내가 먹을 만큼 남겨둔 것을 꺼내
허겁지겁... 허버버버 먹었다.
칼로리 소모한 건 바로 채워줘야 되는 거 아니냐며......
그렇게 혼자 떠난 종달리 반나절 코스!
마음만 먹으면,
신발 신고 버스 카드 하나만 들고 가면 저런 곳을 언제든 갈 수 있었는데...
그 시간이,
오늘도 여전히,
너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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