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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넓으니 떠돌아다녀야 하지 않나?/영국

[유럽일년살기] 영국의 작은 섬 Kerrera 그리고 Tea Garden 3탄(마지막...)

by 딸기 먹는 몽룡이 2020. 6. 8.

버려진 성 투어와 뭍으로 떠난 여행

 

 

Kerrera 섬의 유일한 카페인 Tea Garden은 부활절부터 할로윈까지만 운영되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에는 주 7일, 휴무 없이 달린다. 

 

손님은 주로 페리를 타고 섬으로 하이킹을 오는 스코틀랜드인.

 

너무 신기했던 것이 이 무더운 시기에 그늘도 없는 섬을 1~2시간을 걸어 땀 흘리며 오고서는 

따뜻한 티를 시켜서 뙤약볕 아래에서 먹는다는 것이었다. 

 

차가운 탄산이나 아이스크림을 시키는 사람도 있었지만, 

따뜻한 티 또는 커피 주문이 압도적으로 많았었다. 

(물론 아이스커피는 메뉴에 있지도 않음)

 

가끔 비가 오는 날에는,

실내 공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비를 맞으며 차를 마시는 손님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신기해하는 것은 나뿐이었다. 

 

 

어쨌든 이렇게 열심히 카페 일을 하고,

일주일에 하루, 화요일 마다 우리 가족은 요가와 외식을 하러 뭍으로 갔었다. 

 

페리는 5시까지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늘 주인장의 보트를 이용해야 했다. 

결혼 선물로 지인들에게 받은 것이라고... (그때 기억으로 대략 800만원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수영도 못하는데다 완전 쫄보인 나는 매번 굉장히 겁에 질려서 탔었다. 

 

아이슬랜드에서 산 아주 고가의 바람막이 비옷(?)에 구명조끼를 입고 이리저리 튀는 물을 맞으며 ㅎㅎ

뭍으로..... 그리고 밤에는 섬으로...

 

특히 뭍에서 돌아오는 시간에는 우리의 보트를 제외하고는 아무 배도 움직이지 않았고

고요하고 어둑해져갈 무렵이었기에(영국은 여름 기간에 해가 굉장히 늦게지기 때문에 9시까지는 밝다)

공포영화의 첫 장면(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아아아......) 같은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무섭고, 하지만 특별했다

 

 

이렇게 보트를 타고 뭍으로 가서 우리 네 식구는 함께 요가를 배웠는데, 

나는 딱 한번 요가를 빼먹고 Oban이라는 도시를 구경했던 적이 있었다. 

 

 

혼자서 천천히 걸어 올라가면서

꽃도 찍고, 

바다도 보고,

사람도 만나고,

남의 집도 훔쳐보고 ㅎㅎㅎ

 

 

너무 귀엽고 아기자기 한 도시 Oban을 구경하다가

가족들과 만나서 저녁을 먹고

다시 보트를 타고 뭍으로 돌아갔었다. 

 

나머지 2주는 함께 요가를 하고...(굴욕의 시간, 쓸모가 하나도 없는 몸뚱이.....)

 

 

그리고 Kerrera의 일상으로 돌아왔다가 

떠나는 날 아침.

 

이 섬의 버려진 성으로 혼자 구경을 갔었다. 

 

아주 고요한 새벽 6시.

 

아무도 깨어있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너무 많은 양들이 날 경계하며 돌아다녔다. 

 

그들과 그들의 ㄸ을 피해 Gylen성으로...

 

 

영국 전역에는 이렇게 파괴된(?), 보수가 필요한 성들이 있는데, 

특히 스코틀랜드에는 저렇게 방치되어 있는 성들만 돌아보는 투어가 있을 정도이다. 

 

묘한 즐거움이 있는 곳.

 

과거의 언제가 피의 혈투가 이루어졌던 곳일까.

 

혼자서 이리저리 한참을 서성이다가 짐을 마저 싸기 위해 정든 내 방, 게르로 돌아갔다. 

 

 

떠나는 날은 늘... 힘들다.

 

뙤약볕 아래 걷고 걸어 저 멀리 보이는 곳이 내 집이길... 바랬었던 게 3주 전이었는데

행복한 시간은 너무 빨리 지나가고

헤어지는 시간은 금방 돌아온다. 

 

 

다정했던 사람들, 안녕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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