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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넓으니 떠돌아다녀야 하지 않나?/영국

[유럽일년살기] 영국의 작은 섬 Kerrera 그리고 Tea Garden 2탄

by 딸기 먹는 몽룡이 2020. 6. 7.

제 방과 정원을 소개합니다.

 

 

게르 

게르는 무로 만든 뼈대에 가축의 털로 짠 두꺼운 천이나 가죽을 씌운 몽골의 전통 가옥이다. 중국어로는 파오[包]라고 한다. 높이 1.2m의 원통형 벽과 둥근 지붕으로 되어 있다. 벽과 지붕은 버들가지를 비스듬히 격자로 짜서 골조로 하고, 그 위에 펠트를 덮어씌워 이동할 때 쉽게 분해 ·조립할 수 있다. 입구는 남으로 향하며 중앙에 화덕, 정면 또는 약간 서쪽에 불단(佛壇), 벽 쪽에는 의장함 ·침구 ·조리용구 등을 둔다. 연령이나 성별에 따라 자리가 정해 있고, 안쪽에 가장(家長)이나 라마 승(僧)이 앉는 상석이 있다. 게르는 바람의 저항이 적고 여름에는 시원하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Kerrera섬으로 멀고 먼 길을 간 이유가 이 곳의 유일한 카페 Tea Garden의 헬퍼로 간 것이었다.

무급으로 일을 도와주는 대신 나는 내 개인 방(?)과 식사를 제공 받았다. 

 

첫날 도착했을 때는 카페가 영업 중이었기 때문에 내게 방을 소개해 줄 시간이 없었고,

내 짐 역시 페리에서 내리자마자 근처 창고에 숨겨두고 걸어왔던 상태였기에 짐 정리를 미리 할 수도 없었다.

 

그저 편안하게 카페 벤치에 앉아서 음료와 스콘을 먹으며 쉬었다. (휴식 꿀맛....)

그리고 바로 주인장 부부의 차를 타고 창고에서 짐을 빼서 돌아오는 길에 바닷가에서 시간을 보냈었고... 

 

그렇게 저녁 먹을 시간 즈음 돌아와서 내 방으로 가게 되었다. 

 

카페에서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들어서면 나의 집이 보인다.

 

게르

 

하얀 천이 지붕인 저 곳이 내가 3주 동안 지낸 곳, 내 방.

 

한 번도 지내본 적 없었던 형태의 가옥...

심지어 게르란 것을 실제로 본 것도 처음이었는데 그곳에 내 방이 되었다.

 

그리고 맞은 편에 보이는 캠핑카가 또 다를 헬퍼였던 미국 친구가 지냈던 곳이다. 

 

 

이 초록색 귀여운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내 방이 뿅~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참 열악한... 텐트... 같은 공간이지만, 

따뜻한 벽난로(?)가 있고, 예쁜 크리스마스 전구로 사방이 장식되어 있는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전기가 없었기 때문에,

밤에는 태양열 스탠드로 불을 밝히고,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그 스탠드를 밖에 내어놓아 충전을 했었다. 

 

밤마다 벽난로에 불을 붙이고, 사방에 촛불을 켜 두고, 크리스마스 전구를 켜면 세상 로맨틱한 공간으로 탈바꿈!

심지어 해가 떨어지면 추워지기 때문에 6월 중순임에도 늘 난로용 워터보틀을 꼭 끌어안고 잤었다. 

 

 

게으르지만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나는 평소라면 질색(?)했을 공간이었고,

전기도 없어서 낮 동안 하우스 내부의 리빙룸에서 컴퓨터와 핸드폰과 보조배터리를 미리 충전해서 밤을 버텨야 했지만....

 

 

내 방의 가장 큰 장점은 프라이빗(?)한 정원 ㅎㅎㅎ

 

 

자그마한 딸기밭과 나무그네와 해먹과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벤치.

그 모든 공간이 나의 정원이었다. 

 

 

대략 매일 저녁 9시부터 아침 9시 정도까지 12시간가량을 혼자 지냈던 곳.

내 정든 게르와 밤만 되면 으스스해지는 정원.

 

 

아주 가끔 미국인 친구의 캠핑카로 놀러 가기도 했었는데, 

대부분의 시간에는 영어에서 피하고자 혼자서 지냈었다. 

 

 

미국인 친구의 개인 공간.

자유분방하군 ㅋㅋㅋㅋㅋ

 

 

이 곳은 전기가 들어오지만 내 방보다 조금 좁다는 단점이.

 

 

미국 친구는 이 곳을 좋아했고,

나는 나의 게르를 좋아했으니 함께 행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주인장 부부의 개인 공간이자, 

카페의 주방과 우리 모두가 공유했던 리빙룸이 있었던 하우스.

 

 

수프와 샐러드 종류가 매일 바뀐다. 

스콘과 케이크는 기본 메뉴.

 

 

이 좁은 공간에서 

카페용 샐러드가 즉석으로 만들어지고, 

매일 아침 스콘과 케이크가 구워지고, 

우리의 아침, 점심, 저녁이 만들어졌다. 

 

주인장 부부와 나, 미국 친구, 그리고 가끔 설거지 도와주는 아저씨까지.

서로의 동선을 고려해서 조심조심 하지만 신나게 돌아다녔던 곳. 

 

 

주인장 부부 중 남편분은 스코티시로 굉장히 웃기고 유쾌했다. 

단지 내가 스코티시 발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아서

미국인 친구가 통역을 해 주어야 웃을 수 있었고, 

이 버퍼링 잦은 커뮤니케이션 역시 유머로 승화시키는 매력적인 아저씨였다. 

 

부인분은 아이리시로 항상 매력적인 웃음을 보여주는 귀여운 사랑둥이였다. 

입꼬리가 올라가서 웃을 때마다 빤히 쳐다보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었고, 

우리에게 스콘과 케이크 만드는 방법을 자세히 알려주는 친절한 베이커였다. 

 

 

그리고 나의 공식 통역사이자 사랑스러운 헬퍼 동기.

굉장히 배려심이 좋고 눈치가 빨라서

내가 주인장 부부의 말을 못 알아듣고 뻘쭘해하면 늘 친절하게 설명해줬었다. 

 

일 하는 것 자체가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함께 지내는 3주 동안

한 번도 화를 낸다거나 무표정하게 있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밝고, 성실하고, 따뜻하고, 유쾌하고, 재미있고, 센스 있었던 친구. 

 

 

이렇게 네 가족이 함께 있으면서, 

매주 화요일에는 요가하러 뭍으로 가고, 

금요일에는 옹기종기 소파에 모여서 왕좌의 게임을 보고, 

주말에는 섬사람들과 바비큐 파티도 하고, 

저녁 먹은 후에는 카드 게임도 하고....

 

 

그렇게 3주를 보냈었다. 

 

하루도 대충 보내지 않으면서 빡빡하고 알차게 지냈던 3주와

보고 싶은 Kerrera섬의 천사 세 명.

 

언젠가는 다시 만나게 될까?

너무너무 보고 싶다....(힝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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