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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넓으니 떠돌아다녀야 하지 않나?/영국

[유럽 일년살기] 생태 공동체 Beech Hill Community 방문기

by 딸기 먹는 몽룡이 2020. 5. 23.

영국 생태 공동체 Beech Hill Community에서의 일주일

 

 

https://www.youtube.com/watch?v=SxVo8jRpKe8

 

이 세상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들의 삶의 형태, 방식, 태도는 굉장히 다양하다. 

 

영국에서 3년을 살고, 

다시 1년간의 유럽 여행을 시작하면서,

내가 얼마나 나의 미래를 좁게 생각했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비혼주의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막연한 두려움에 혼자 사는 쓸쓸한 노후를 상상하며,

내가 잘 못 살고 있는 게 아닌가... 혼란스러워했었다. 

 

그런데 유럽 일년 여행 중 만난 사람들을 통해서,

나의 삶을 한가지 모습으로만 상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되었기 때문에

너무 감사하고 행복했었다. 

 

그중 일주일 간 지냈던 영국 Devon 지역의 Beech hill Community. 

 

지도에 빨간 표시된 곳으로,

런던에서도 기차를 타고 4시간이나 걸리는 먼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 곳에 간 이유는 단지 하나,

Beech Hill Community를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이 당시에만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살고 있는 걸까?

어떤 확신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이어가는 걸까?

하는 의문이 가장 큰 과제처럼 여겨졌었고,

많은 곳을 다니고, 많은 사람을 방문하며 내 나름의 리서치를 했었다. 

 

경제 공동체, 장애인 공동체 그리고 신앙 공동체를 가 본 적은 있지만

생체 공동체는 처음이었기에 호기심이 들었다. 

 

그들은 자연에 최소한의 영향을 주며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여 모였고,

그들 자체적 전기 생산을 위해

풍력발전기와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해서 

공동체 내에서 사용 및 지역 사회에 판매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었다. 

 

대략 15~18명의 사람이 모여살고 있었으며, 

그들은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었고, 

각자의 능력에 따라 공동체에서 다른 역할을 하고 있었다. 

 

유튜브 영상에서 볼 수 있듯이, 

요리 당번도 자율적으로 정하고 있었고, 

시간이 되는 사람들은 장작을 패거나, 텃밭에서 일을 하거나, 건물 내부를 수리하기도 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자율적 참여.

그들은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오래된 공동체인 만큼 그들 나름의 규칙이 있었고,

공동체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시간을 들여서 참여하고 있었다. 

 

그들은 외부인에게도 굉장히 개방적인 공동체였는데,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숙소를 제공하기도 했었고, 

나처럼 단기 자원봉사자를 초대해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지낼 수 있도록 하기도 했었다. 

 

내가 일주일 간 지냈던 방. 

 

커플이나 가족 여행자들을 배려해 대부분의 방은 2인실로 꾸며져 있었고, 

나는 그 중 한 방을 혼자서 쓸 수 있었다. 

 

이 공동체는 지속가능한개발과 환경친화적인 삶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공동체 내부도 굉장히 소박하게 꾸며져 있었고, 

음식도 대부분을 직접 재배하거나 지역 사회에서 구매하여 구성원들이 돌아가며 요리를 했었다. 

 

 

내가 있는 기간에는 총 세 가지 일을 했었는데, 

첫 번째가 장작을 지정된 위치에 쌓아서 잘 마를 수 있도록 하는 것,

두 번째가 비닐하우스의 잡초를 제거하고 새로운 작물을 심는 것, 

세 번째가 호무스와 에너지바(이거 이름이 다른 거였는데.. 아시는 분 있으세요?)를 만드는 것이었다.

 

나와 같은 시기에 온 발랄한 영국 커플과 함께 일을 했었다. 

 

 

장작 쌓기 전과 후. 

 

거의 5~6시간 동안 한 것인데 다음 날 몸은 부서질 것 같았지만

의외로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었다. 

 

가끔은 몸을 쓰는 일이 힐링이 되기도 한다. 

 

 

자원봉사자들은 주로 장작을 날랐고, 

공동체에 계시는 분은 큰 장작을 작게 토막(?)내는 일을 하셨다. 

 

 

그리고 우리가 일했던 비닐하우스.

 

잡초를 먼저 뽑아야 했는데, 

도대체 무엇이 잡초인지, 무엇이 기르는 작물인지 알 수 없어서 한참을 난감해했었다. 

 

원래 있어야하는 자리가 아닌 곳에 있는 것은 잡초야. 

주변 식물들을 잘 보고 

그것과 다르게 생긴 것들을 뽑아줘.

 

라고 해서 내 나름대로 선별해 뽑았는데.. 아직도 모르겠다 제대로 했었던 것인지 ㅎㅎㅎ

 

유럽에 있으면서 느꼈던 것은

내가 어떤 미션을 잘하든 못하든, 

그 성과에 대한 피드백을 주기보다는

성실하게, 기쁘게 일해줘서 고맙다.

라는 말들을 더 많이 한다는 것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 완전히 달라지겠지만, 

이런 공동체에서는 어떤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것보다는

함께 어울려서 기쁘게 일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을 늘 이슈에 두고,

잠시 스쳐 지나가는 여행자인 나의 행복도 늘 궁금해했었고,

그것을 위해 많은 관심과 노력을 쏟아주었었다. 

 

좋은 공동체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나의 복이지...^^

 

 

일주일간 나의 저녁을 홀랑 뺏었던 아기 냥이들..

 

 

각종 모임이 이뤄지는 공동체 공용 공간. 

모든 성인 공동체원들이 동등한 입장에서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공동체 내외부의 일들을 함께 결정한다. 

그리고 그 토론과 논의가 이루어지는 공간이 이 곳이다. 

 

내부의 그림들은 모두 공동체의 누군가가 그린 그림들. 

 

 

이 곳에는 아주 큰 정원이 있고, 

여름에만 개방하는 수영장도 있다. 

 

그리고 한 켠에는 이런 재래식 화장실이 있다.

사용해본 적은 없지만 구경하러 올라갔었다. 

튼튼하게 지어졌지만 뭔가 아슬아슬 위험한 느낌이라 금세 내려왔지만. 

 

 

아름다운 정원.

 

 

이 곳에 있었던 7일 중 5일 동안은

장작도 나르고, 비닐하우스에서 일도 하고, 요리도 하고

그러면서 몸도 많이 쓰고 자주 깔깔거리며 웃기도 했었다. 

 

예쁘게 쌓여가는 장작을 보며 뿌듯해했었고, 

내가 만든 에너지바를 맛있게 먹어주는 것을 보고 흐뭇해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공동체원끼리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공동체의 삶이란 것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이 곳에서는 사생활도 존중하지만 

누군가가 필요하면 언제든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고, 

 

가족같이 생활하지만, 

어른이든 어린이든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한 가지 삶의 방식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오답을 내고 있다고 늘 마음 한편이 불편했었는데,

그러한 감정에서 해방되는 순간이었다. 

 

물론 한국에 돌아와서는 또... 그 마음이 흔들리지만...^^

이 공동체의 실험과 노력이 계속해서 행복하게 진행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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