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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넓으니 떠돌아다녀야 하지 않나?/영국

[유럽일년살기] 히치하이킹 내기의 기억, Isle of Skye in Scotland

by 딸기 먹는 몽룡이 2020. 5. 27.

스카이 섬에서 히치하이킹을 누가 먼저 할 것인가

 

 

영국의 북쪽 애버딘이란 곳에서 살 때, 

스카이 섬에 놀러 간 적이 있었다. 

 

그 당시 가장 친하게 지냈던

한국인 친구 한 명, 독일인 친구 한 명, 아르헨티나 친구 한 명 그리고 나.

이렇게 남2여2(이지만 전혀 서로를 이성으로 생각하지 않음)가 5일 간 긴 버스 여행을 떠났었다. 

 

 

그때 나는 발목을 접질린 상태였기 때문에 걷는 것이 조금 불편했었고, 

치타만큼 빠른 아르헨티나 친구와

다람쥐처럼 총총거리며 에너지가 좋은 독일 친구,

나만큼이나 사진 찍기에 열을 올리며 혼자만의 세계를 즐기던 한국 친구와 함께 다니는 것이 

재밌으면서도 미안했었다. 

 

그래서 반나절은 혼자 숙소에서 쉬며 친구들을 밖으로 보내고 저녁에 만났더니

잔뜩 미안해하며(워낙에 배려심과 공감 능력이 뛰어난 친구라..) "내일은 우리 둘이서 다니자!"라고 했던 독일 친구.

 

그렇게 우리의 내기가 시작된 것이다. 

 

스카이 섬은 대중교통이 굉장히 불편하기 때문에 

그 당시 우리가 가려고 했던 곳을 가는 버스는 두 시간에 한 번 있었고

심지어 버스에 내려서도 한참을 걸어야 했었다. 

 

우리는 2:2로 나뉘어 히치하이킹을 시도하기로 했다. 

같은 시간대에 출발해서 누가 먼저 목적지에 도착하는지를 내기했었고,

서로에게 전화하지 않고 저녁 시간에 숙소에서 만나 서로에게 미션 사진과 찍은 시간을 알려주기로 했었다. 

 

 

사실 장난처럼 시작된 내기였지만

은근 자존심을 건 2:2 대결이었고 꼭 이기고 싶었다. 

 

무엇보다 히치하이킹이란 것이

요청하는 사람도 받아들이는 사람도 똑같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남자보다는 여자가 유리한 면이 있다. 

승산이 있단 소리 ( ´ㅿ`ノ*)ノ* 

 

특히 여자 운전자들이나 가족 운전자는 남자 히치하이커는 잘 태우려 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그들도 적은 확률이지만 범죄로부터 본인들을 보호해야 하니까...

 

그래서 조금은 자신만만하게 길을 나섰고,

만약의 사태에 버스를 타야 할 수 있으므로

버스의 노선대로 걸어가며 히치하이킹을 시도했다. 

 

그렇게 30분 정도 걷다 보니 차도 별로 없는 데다 그나마 있는 몇 대는 너무 빠르게 지나가서

안되려나 부다.... ´ㅅ ` 소심해졌었는데

한 커플이 우리 옆으로 차를 세우더니 태워주셨다. 

 

이 도로가 위험해서 아마 차를 잘 세워주지 않았을 거라고.

 

다행히 목적지가 같아서 편하게 갈 수 있었고, 

돌아갈 때도 태워주겠다며 만날 시간 약속까지 해주셨다. 

 

너무 감사한 분들...

 

 

주차장에서 내려서 조금만 걸어가면 바다가 보인다. 

 

 

짜잔!!

바다도 보고 옆에 있는 작은 동산(?)에도 올라가며 부부와 약속한 시간을 보냈다. 

 

 

독일 친구와 나는 서로 많은 얘기를 나누고 항상 함께 했었지만 정말 많은 부분이 달랐다. 

 

 

바다에 들어가면 뒷 처리하는 것이 귀찮아 물 근처에서만 깨작거리는 나와는 달리

그 친구는 망설임 없이 양말을 벗고, 바지를 걷어 올리고는 물로 뛰어 들어갔다. 

다람쥐처럼 총총거리며!

 

 

길을 걷다 방목한 말들을 만나게 되더라도 만지는 척만 하는 나와는 달리

이마를 쓰다듬어 주고 가지고 있는 사과를 꺼내어 손바닥에 올려 먹도록 주었다. 

 

위험하지 않으니 겁내지 말라는 친구에게

더러워서 못 만지겠다는 소리가 차마 나오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가 어떻게 그렇게 친하게 지낼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달랐다. 

 

 

우리가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100% 그 친구의 상냥함과 배려 덕분이지 않았을까. 

 

 

다시 부부의 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는 와중에 뭔가를 드리고 싶었는데 

가방에는 옷이나 물병, 잡다한 간식이 전부였다. 

 

그래서 가방에 붙이고 다녔던 '100% Angel'이라는 옷핀을 선물로 드렸다. 

오늘 당신들은 우리에게 '완벽한 천사'였어요... 라며  ღ‘ㅅ`ღ 

 

 

그렇게 숙소로 돌아왔고, 

먼저 도착해있던 남자팀에 깜짝 놀랐었다!

설마... 우리가 진거야???

 

하지만 역시 ㅋㅋㅋㅋ

히치하이킹에 실패해서 버스로 이동했다고!

굉장히 새침하게 본인들은 실망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분위기가 ㅋㅋㅋ

 

그렇게 또 이겼다는 이야기.....

 

맨날 이겨서 미안해 얘들아 (ˇᵋ 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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